[세월호] 자연스럽게 이어진 슬픔과 분노

[세월호] 자연스럽게 이어진 슬픔과 분노

부산 시 북구 화명동 롯데마트 앞 설흔 세 날 이어진 촛불과 6천여 명의 서명

인터뷰/사진: 최서우 기자

부산화명동 풍경) 2014년 5월 22일 목요일. 부산시 북구 화명동 롯데마트 앞. 10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가 침묵하면 대한민국이 침몰합니다.’, ‘침몰은 자본책임! 참사는 정부책임!’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 내용만 보면 사건진상규명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민운동으로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4월 20일부터 33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화명촛불’이다. 오늘은 촛불이 보이지 않았지만, 워낙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촛불을 유지할 수 있는 기상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화명촛불’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잠시 미루기도 하고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도 때로는 포기하고 촛불을 들었다. 7시부터 9시까지 단 두 시간이지만 미리 준비하고 또 마치고 나면 마무리까지 더 많은 시간을 내야했다.

화명촛불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부들도 있었다. 매일 촛불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OECD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가진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33일간 꺼지지 않고 촛불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화명촛불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키신 황기철 씨와 인터뷰를 했다.

풍경: 화명촛불을 시작하신 계기는?

황기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4월 19일에 부산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모이신 분들이 12명이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촛불을 들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도 필요하지만 자기 동네나 지역에서 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작은 단위라도 많은 곳에서 촛불을 드는 것이 필요하다 느끼고 다음 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든 것이지요. 급히 연락을 했는데도 50여 명의 주민들이 모이셨어요. 그 때 느꼈지요. 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슬퍼하는구나 말입니다.

풍경: 화명촛불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다른 촛불집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황기철: 첫째로는 화명동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둘째 언론의 관심에 상관없이 꾸준히 행동하는 것이지요. 세번째는 규모에 상관없이 시민들의 마음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많을 때는 50명, 적을 때는 4명이 모일 때도 있지요. 각자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함께 모여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규명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부산역 및 서면의 대규모 집회를 통해 민의가 알려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또한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진실을 알리고 촉구하는 일도 대규모 집회 못지않게 중요하지요. 지역촛불은 시민들의 민의를 반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됩니다.

풍경: 어떻게 33일간 촛불을 끄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습니까?

황기철: 세월호 아이들과 유가족의 깊은 슬픔을 우리가 함께 나누지 않으면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이라 말하기 부끄럽지 않을까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되는 상처이고 비극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모순이 집약된 인재에다 그 대처과정에서 보여 준 정부의 무능은 우리 국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상처를 준 것이지요. 오죽하면 ’이것이 국가인가‘라고 통탄을 할까요. 함께 촛불을 든 분들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인 슬픔과 공감을 외치고 싶었던 것이죠. 어떻게 보면 저녁과 밤을 반납한 셈이죠.

그러나 아직 진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아이들도 아직 물에 잠겨 있습니다. 유가족의 원과 한은 조금도 씻어지지 않았습니다. 촛불이 꺼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서명도 한참 전에 6,000여 명이 넘었어요. 지역에서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가 자연스럽게 서명대로 모셨다 봅니다.

풍경: 현실적으로 이슈 하나로만 매일 촛불집회를 하면, 집회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계속되는 집회로 인한 피로에 대해 비판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황기철: 저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49제를 하고 나면 일주일에 한 번을 정해 촛불을 이어가자” “아직 실종자들이 있는데 벌써 촛불을 내릴 순 없다” “기약없이 매일 하기엔 사실 무리다. 현실을 고려할 때 일주일에 한 번 정하자”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곧 열릴텐데 그럼 시민들은 잊을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촛불로 망각을 막아야 한다” “나는 끝까지 들겠다” 등등 의견이 많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끝은 없다. 내일 내릴 수도 있고 기약없이 켜질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이다. 마음을 모아 결정하면 됩니다.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의 책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했습니다. 이 비극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정부는 국가 안전의 날이란 무심한 단어로 마무리짓고 싶겠지만 나는 국가공식추모기념일로 정해서 국민들이 영원히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촛불을 드는 것은 소박한 행동이지만 국가나 자본,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다시는 이 야만의 참사를 겪지 말자는 것이지요. 잊으면 또 당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월호 사건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촛불을 끌 수 없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던 적극적인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기에 33일 동안 촛불을 끄지 않았던 것이다. 진정한 시민의식은 이러한 기초정신에서 나오지 않는가 생각하게 하는 ‘화명촛불’이었다.

Foto: Seowoo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