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안하다

[세월호] 미안하다

코리아

2014년 5월 1일 복훔 추모회 소식

 

허윤기 기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너희들 가는 길에 초 한자루 밝혀놓는 것 뿐이구나.”

세월호 참사 15일째인 2014년 5월 1일 오후 독일 보훔에서도 재독동포들의 간절함을 담은 노란 리본이 매달렸다. 추모와 분향으로 이루어진 이날 행사는 세월호에서 우리보다 먼저 떠난 분들과 가족을 잃은 분들의 비통한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포들이 마련한 자발적인 자리였다.

어두운 맘 속에 초를 켜도 어둡고 슬픈 시간이지만 나무에 노란 종이를 걸며 위로와 다짐과 희망을 건다

“어두운 맘 속에”라는 피아노와 첼로 선율로 시작된 이날 추모 분향행사는 별도의 사회자없이 60여 명 참석자들의 분향과 가슴 절절한 추모사로 채워졌다. 그 차가운 물속에서 마지막 발버둥을 치며 우리를 기다렸을 아이들과 육지에서 그것을 바라보며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던 가족의 심정을 담은 추모발언의 중간에 발언자들의 목이 메였고 참석자들도 함께 흐느꼈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 것인가. 분향소 한켠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나무에는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으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우리들의 희망과 간구를 담은 노란 색종이가 달려있었다.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들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며

“다음 생애에는 부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나자”,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구나”

등의 문구가 노란 색종이에 채워져 있었다.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라는 추모시는 각 시대를 겪은 참석자들이 세대를 초월해 공감하였다

이날 독일의 한 참석자는 아이들은 배가 침몰되어서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늦장구조에 희생되었으니 이 또한 어찌 정부에 의한 타살이 아니겠느냐며 강원도 고성중의 교사가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 라는 제하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치는 시를 낭독하였다.

이 시의 한 줄 한 줄에 각각의 시대를 겪은 참석자들이 세대를 초월해 공감하였다.

“어쩌면 너희들은 / 실종 27일,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수장되었다가 / 처참한 시신으로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 열일곱 김주열인지도 몰라 /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 / 어쩌면 너희들은 /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 머리채를 잡혀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 욕조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인지도 몰라 /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 / (중략) 차마 목 놓아 부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아 /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 / 너희들 중 누군가가 정승집 아들이거나 딸이었어도 / 제발 좀 살려달라는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 했을까 /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 시위꾼이라 했을까 / (중략) 그러니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 / 이윤만이 미덕인 자본과 공권력에 의한 협살이다 / (중략) 어여쁜 너희들이 서둘러 길 떠나는 거기는 거기는 / 하루, 한 달, 아니 일생이 골든타임인 그런 나라일 거야 // 따뜻한 가슴으로 꼭 한 번 / 안아주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이들아 / 껍데기 뿐인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이날 다수의 독일인들도 마음을 보태겠노라고 참석하였는데 그 중 한 여성 참가자도 자신의 조국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우리 이 깊은 절망과 슬픔을 공감하며 다시 힘을 얻고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였다.

간절함이 더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하여도 우리들이 손맞잡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온갖 부패와 부조리가 먹이사슬처럼 얽혀있는 대한민국 현실의 축소판이었던 세월호! 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목숨과 사랑하던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을 앗아간 생명경시의 현장이었던 그 곳! 어둡고 차디찬 진도 앞 바닷가에서 간절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기다리래! 기다리고 시키는 안내방송대로 하고 있으면 살 수 있을 거야!”라며 희망의 기다림에 절망과 죽음의 손을 내밀어버린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에 대해 안산 단원고의 한 학부모 유족은 뉴스타파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고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이런 대한민국에서는 세금을 내면서까지 살 필요가 없다”

면서 “상황이 정리되는대로 다른 나라로 이민가서 살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세월호 참사 3주째가 되어가는 지금, 진도 팽목항에는 자식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시신이라도 수습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하여도 우리들이 멀리 이곳에서 그 간절함에 함께 손맞잡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 싯귀가 좋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 거기엔 춥고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 / 거기엔 엎드려 잔다고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을 거야 / 거기엔 네 성적에 잠이 오냐고 호통 치는 대학도 없을 거야 /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보충도 없을 거야 / 거기엔 채증에는 민첩하나 구조에는 서툰 경찰도 없을 거야 /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 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 // 눈물만이 우리들의 마지막 인사여서 참말 미안하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

 

(풍경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