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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해소를 위한 공연

고통의 해소를 위한 공연

<보따리>에서 전시될 고경일 교수 작품. 총구 끝에 시든 꽃처럼 걸쳐진 소녀의 나비날개

 

글: 한주연

 

 

고통의 해소를 위한 공연

장규리 기획 <아다바나>와 <보따리>, 현재 전쟁으로 유린되는 여성인권으로 주제 넓혀

“동서화해로 평화의 상징이 된 베를린에서 종전 70주년이란 굵직한 기념일에 맞게 위안부와 여성인권을 다룬 전시회와 행사를 꼭 해내고 싶었어요.” 

오는 8월 14일 베를린 모아비트에서 개관될 전시회 <아바다나, 피지 못하는 꽃 (Adabana – Blumen, die nicht blühen durften)>과 전시회 오프닝 공연 <보따리>, 15일 브란덴부르크대문 앞에서 열리게 될 퍼포먼스를 기획한 큐레이터 장규리(43)씨의 말이다.

원래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장규리씨는 어느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카메라가 할머니의 늙은 몸을 자세히 오랫동안 보여줬어요. 저에겐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직 저 할머니만큼 늙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좋은 시대에 태어나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가, 진정 가치있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를 계기로 그는 위안부 문제를 검색하다가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사건을 접했다. 작년 2월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에서 한국작가들이 위안부문제 만화들을 전시하려고 하자, 일본 작가들이 반기를 들며 참가를 거부했다. 이에 프랑스 주최측에서는 만화강국 일본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과감히 버렸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전시가치가 없다는 주최측의 변이었다. 앙굴렘국제만화축제는 위안부문제를 다룬 만화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미술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겠다고 결심했어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장규리씨는 현재 ‘팔라스트갤러리(PALAST Gallerie)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달빛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년 8월 베를린 평화페스티벌에서도 앙굴렘 만화축제에 전시된 작품을 옮겨와 알렉산더 광장에 천막을 설치해 전시했다. 올 <달빛프로젝트>는 두번째로 <아바다나> 전시회와 <보따리> 행사다.

정규리씨는 “이번 공연행사 <보따리>는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오신 “위안부” 할머니의 역사와 성폭력으로 말 못하고 고통받는 여성들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보따리처럼 죄다 싸서 한데 묶어’, 공연을 통해 ‘해소시켜준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장규리씨는 “만화란 매체가 워낙 임펙트가 강렬해서 공감을 잘 일으키는 것 같아요. 작년 평화페스티벌 때 전시를 보신 어떤 분이 저에게 와 자신이 어릴 때 성폭력 당한 사실을 고백했어요. 한번도 말을 못꺼내고 살았는데, 전시회를 통해 나에게 처음으로 자기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하셨어요.” 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작가의 “위안부” 관련 만화 뿐 아니라 현재 전쟁으로 유린되는 여성인권으로 주제로 넓히고, 장르도 회화, 사진까지 아우른다. 러시아, 폴란드, 독일,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선보인다. 전시회 타이틀은 <피지 못하는 꽃, 아바다나>다.

“위안부란 말도 황제가 준 꽃이란 의미로 일본이 만든 말이에요. 전시 제목도 일부러 일본어를 썼어요. 아다바나라는 뜻이 그들이 의도해서 만든 위안부라는 말과는 반대잖아요. 그들에게 쏘는 직격탄으로 일부러 일본어 제목을 선택했어요.”

14일 저녁 6시에는 베를린 모아비트 지역의 <큐브 모아비트> 전시관에서 개막행사가 열린다. 한국과 일본 뮤지션들의 가야금, 기타, 무용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브란덴부르크대문에서는 군인들의 형상을 그려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꽃을 붙이게 하는 퍼포먼스가 열릴 예정이다.

8월 17일 복훔, 21일 드레스덴, 26일 빈에서 이 전시회와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일정표>

만화와 그림과 음악과 퍼포먼스가 있는 보따리 공연

„Adabana – Blumen, die nicht blühen durften“

8월 14일 18시 전시 오프닝 Cube Moabeat Berlin (Vernissage)

Cube Moabeat Berlin Kaiserin-Augusta-Allee 101 10553 Berlin

8월 15일 Kunst Perfomance vor dem Brandenburger Tor von Prof. Ko Gyoungil

8월 17일 복훔 민중문화회관. 고경일 교수와 한인들과의 만남 8월 18일 (화) 18시 - 21시 30분)

Ev. stadtakademie in Bochum 걸개그림 제작, 전시회 개막식, 콘서트

8월 21일 Dresden

8월 26일 Wien

문의: 장규리 (sonett1111@hotmail.com)

 

사진설명: <보따리>에서 전시될 고경일 교수 작품> 총구 끝에 시든 꽃처럼 걸쳐진 소녀의 나비날개는 총구가 뚫어지나고 있다 (고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