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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디로 불든지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은 다 만난다” - 강진모 인터뷰

“바람이 어디로 불든지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은 다 만난다” - 강진모 인터뷰

예술과 종교

“바람이 어디로 불든지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은 다 만난다”

하팅엔 풍경) 하팅엔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진모 조각전을 방문하여 조각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마치고 뮌헨으로 유학 와 독일에서 작품 발표와 전시를 하며 작가의 입지를 굳힌 작가는 현재 하팅엔에서 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과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들어보았다. - 편집 주 -

- 조각가가 된 사연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누나가 이젤을 사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악보대였지만 누나들은 내게 이젤을 사 주고 싶었다. 누나들이 한국 지도 같은 것을 그리기 어려워 할 때면 내가 그려 주었다고 누나들이 그랬다.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고 글도 쓰고 싶었다. 대학 갈 때 그림을 그릴까 글을 쓸까 하다가 그림의 아우라가 더 강하게 느껴져 서양화와 조각을 함께 하던 미술계열에 입학했다. 그런데 군에 갔다 오니 내 의사와 무관하게 조각과로 배치되어 있었다. 회화과 정원은 한정되어 있었는데 당시 부유한 집안에서 시집 잘 가기 위해 회화과 지원한 사람들에게 밀린 것 아닌가 싶다. 회화를 하려고 간 미대였는데 그런 연유로 조각을 하게 되었다. 해 보니 그것도 재미있더라.

-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듯

중학교 때 생각이 난다. 반공도덕과 사회 시간에 보고 배우고 읽는 것과 현실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달랐다. 이것이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까 그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 질문이라든가 의아한 느낌을 얼굴에 표현하는 아이들이 80여 명 학우들 중에 찾아볼 수 없었다.

- 독일과 한국의 문화 환경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부분의 작가들이 도달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자신의 이상주의에 속은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드는 순간이다. 스타작가가 될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하고 말 경황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회의가 들 것이다. 일례를 들자면 미술품 투자문화와 관련해서 볼 수 있다. 이곳에 유학을 와서 처음엔 독일의 수집가들이 수집하는 것을 보고 왜 저런 것을 수집하는 것일까 하고 궁금했다.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 궁금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외경심을 가졌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것은 투자개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독일의 상황도 한국에 비하자면 천국과 지옥의 차이에 빗댈 만하다. 독일에서는 전후에 쑥밭이 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면서 앞으로 나의 삶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문화에 대해 대체종교의 감성이 있다. 그라운드 제로는 일회성이라서 반복되지도 않을 것이고 또 그것이 반복되길 바라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그라둔드 제로에서 출발한 문화감성은 단순한 장식과 치장의 욕망은 아니다. 한국은 그러한 경험이 없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문화라는 것이 한국에서는 졸부들의 삶을 페인트칠하고 치장하는 차원에 많이 쓰인다. 물론 한국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이 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해서 발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은 이런저런 작품 발주를 받고 강의하고 다니며 침묵을 알게 모르게 강요받는다. 나는 비교적 열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서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상황에서 질식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 필요한 이야기 정도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지 않는가.

- 그라운드 제로는 끝나지 않았나.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하나의 흐름이 떠올랐다가 지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졌다가 몇 가닥이 오르고 내리며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안티가 생겨나서 기존의 것을 바통을 받아 발전시키는 그러한 변증법적 발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것이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통틀어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 스타작가인 편일 터인데

인정 않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감사해야 할 입장이다. 이만큼 받았으면 평균보다 훨씬 많이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감지덕지해서 ‘고맙습니다’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작가 개인의 차원이고 난 시민이란 차원에서 볼 때는 할 말이 있다. 시민이라 할 때 나는 市라는 뜻보다 詩라고 쓴다. 언어유희라 해도 좋다. 작가의 길을 가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점들이라든가 필요한 부분을 일부라도 되돌려야 하는 어떤 책임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 미술품 투자도 좋아서 할 터인데

미술품 수집의 깃발을 처음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서 모으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투자가치를 생각해서 구매한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처음에는 좋아서 샀을 것이다. 세상이 폭격으로 망가진 상황에서 남은 삶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한 사람들이 음악을 선택하거나 미술을 선택하면서 문화향유의 토양을 일구었다. 그렇게 풀이 자라고 나무도 자라는 것인데 한국에선 한국에선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천하기 때문이다.

- 한국은 문화향유에 대해 집단 경험이 전혀 없었을까?

없지는 않았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것은 상류층, 양반층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또 오늘날은 위에서 문화가 넉넉하고 넘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 어렵다.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간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스스로 갖는 입맛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찍어준 입맛으로 소비를 한다.

- 입맛을 다시 살릴 수 없을까?

작가로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고민을 안 하고 작업만 하는 작가가 화랑 입장에서는 이쁘다. 그런데 사실상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메말라간다는 것을 느끼는 작가가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작업만 한다는 것은 좀 측은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관심은 없는데 왜 나만 생각을 하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짧은 생각이고 몇 바퀴 돌다보면 앞뒤가 보이고 그러다 보면 도달하는 단계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상황을 어렵게 하는 것은 돈이 지배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돈이 지배하는 상황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이다. 거꾸로 묻는 것이다. 돈이 무소불휘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를 내고 거기서 나오는 답을 보며 움직여야 할 것이다. 돈이라 하는 것이 종교이다. 마지막 종교이다. 그 종교란 것이

“마치 …인 것처럼”

작동하는 것 아닌가. 돈만 많이 번다면 “마치 …인 것처럼”이란 용법의 괄호 속에 제각기 서로 다른 꿈을 집어넣는다. 이 정도의 대체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면 이길 수도 없고 버티기도 어렵다.

- 아까 말한 “대체종교적인”?

그렇다. 대체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면 재미가 없다.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이 대체종교적인 차원이 중요하다. 난 세월호 이전부터 이런 문제를 많이 감지했다. 이런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면 많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적으로 거리에서 바뀐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속으로는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속으로 바뀌는 것은 잠재적인 것이다. 현상에 의해서 지배되는 것이 무서운 일이다. 다수는 현상에 의해 지배된다. 창조적 소수는 1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어려운 점이 10퍼센트가 조작이 되는 다수와 몸싸움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 장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들은 길을 걷지 않는 사람들이다. 없는 길을 만들며 걷는 사람들, 바람이 어디로 불든지 옳은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다 만나게 되어 있다. 정상에서 다 만나니까. 그 외로운 길을 걷는 것이 재미있다. - 길 위에서 미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미술은 문학처럼 심층적이지는 못하지만 전달 속도가 전광석화처럼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미술의 경우는 평소에는 불씨의 작용을 해야 할 것이다. 때가 되어 화르르 타올라야 할 때를 위한 잠재적인 역할이다. 때에 따라서는 문화의 각 장르들이 서로 연동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예술장르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 기자: 이은희

 

 * 풍경 2015년 1월호 16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