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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버슈타트의 관광상품. 639년의 공연

할버슈타트의 관광상품. 639년의 공연

 

독일 할버슈타트에 가면 2639년까지 한 곡을 연주하는 오르겐이 있다. 존 케이지가 1987년에 작곡한 '오르겐 투/ 가능한한 느리게'란 곡인데 1361년에 제작된 할버슈타트의 연수를 기념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교회의 연수만큼 연주하기로 했다.

이 곡을 연주하는 오르겐은 1361년에 제작한 것으로 할버슈타트 대성당에 있다. 세계 최초로 12음이 있는 피아노 건반이 있는 오르겐으로 신음악을 향한 악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오르겐의 제작 연도에 의미를 준 것이라 한다.

현재 639년짜리 공연을 하고 있는 부르카르디 교회는 할버슈타트에서 두번째 오래된 교회이다. 1808년에는 더 이상 교회의 용도로 쓰이지 않고 헛간으로 쓰인 곳이지만 케이지 프로젝트로 인해 케이지 오르겐을 들여오고 지금은 여행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존 케이지의 작품이름은 '가능한 한 느리게(as slow as possible)'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연주하라는 규정은 없으므로 수백년으로 늘린 것이다. 사람이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지 않고 한 톤을 계속 생산하기 위해 자루를 매달아 음이 유지되게 하는 방법을 통해 느리게 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가능한한 느리게 연주하는 음악 또한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마치 끝나지 않을 듯 빛나는 음의 전설을 품고 있다. 소리를 설탕물처럼 삼키는 음악 소비의 시대에 소리와 음을 아끼는 이들이 추구한 전위예술은 신화의 상품화와 함께 사시사철 할버슈타트의 관광상품으로 거듭났다.

건축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디파밀리아 성당이 완성을 보기 힘든 거작의 예라면 음악에선 바로 이 할버슈타트 성당의 케이지 연주가 그와 쌍벽을 이루는 셈이다. 아무도 여기서 이 곡을 끝까지 들을 수는 없다. 사람은 전체 곡 중 매우 미세한 한 부분을 살다갈 뿐이기 때문이다.

(2010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