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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의 자작나무숲

바톤의 자작나무숲

 

사연을 알고 보니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가던 수인들의 길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사연을 알고 보면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 독일 노르트호른에서 베흐테강을 따라 천4백 킬로에 거쳐 있는 야외공원길 "쿤스트베겐"에 자리한 "습지의 길"을 지나노라면 이 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곳은 천3백 미터 나무다리가 있는 이 곳 자작나무숲은 "제3제국"이라 하던 나치 시절 수용소 자리라 한다. 이 곳에서 수인들은 줄을 서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길을 가야 했다. 자작나무숲은 모두 보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벤트하임 백작령 지역 예술협회 미술관 관장인 슈나이더 여사에 따르면 이 일대에 야외조각공원을 구성할 때 이 숲에는 스위스 작가를 불러 이런이런 사연을 지닌 이 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의논했다.

작가는 수용소 수인의 행렬을 기리는 다리를 만들었다. 지금 이 사진에서 보이는 다리를 잇는 이 나무판자에 하나하나 못을 박았다. 못 하나하나에 마지막 노동력까지 착취당하던 수용소 수인들의 길과 못을 박은 지역주민들의 모습이 만난다. 

숲 속을 걷노라면 숲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이 흥근이 고인 습지가 보이기도 하고 멀리 지평선에는 원전 굴뚝에서 쉴새없이 올라오는 구름이 보이기는가 하면 호수가 성큼 나타난다. 검은 부엽토가 널려 있는가 하면 자작나무에 큼직하니 자작나무 버섯이 걸려 있다. 아랫둥치에 바득바득 올라온 이끼 때문에 나무가 마치 장화 신은 것 같다.

걷노라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이미 숲 한가운데를 지나 어느덧 천3백 미터 여정을 지내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있다. 주차장은 입구이자 출구이다. 이 곳에서는 농가에서 직접 만든 과일 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풍경 15호 / 2011년 4월 2014년 5월 일부수정)